매월 기업 탐방하는 '발품족' 늘고 한방 노리기보단 방망이 짧게 잡아

입력 2017-01-18 18:43  

미공개정보 유출 제재 강화 이후…달라진 펀드매니저들

매매 패턴 미리 정해놓고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



[ 김우섭 기자 ]
상장사 미공개정보를 투자에 활용해 논란이 된 ‘한미약품 공매도 사태’와 ‘CJ E&M 실적 유출 사건’을 거치면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들의 정보 수집, 자금 운용 패턴이 바뀌고 있다. 애널리스트 대신 매니저가 상장사를 직접 찾는 횟수가 대폭 늘었고, 저평가 종목을 발굴해 인내심을 갖고 투자하는 ‘치마형 매니저’(신중한 투자 스타일을 고수한다는 증권가 속어)가 많아졌다.

자문업계 신흥 강자로 떠오른 카이투자자문(설정액 2341억원)은 상장사 방문 횟수를 지난해부터 월 1회 수준으로 늘렸다. 애널리스트에게서 제공받는 정보가 충분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보통 펀드매니저는 한 상장사를 6개월~1년에 한 번, 많아야 분기에 한 번 정도 찾는다. 이 회사는 운용역 5명이 현장에 다닐 시간을 충분히 주기 위해 지난해 3월 이후 추가 자금도 받지 않고 있다. 문정식 카이투자자문 주식운용팀장은 “미공개정보로 투자하진 않지만 최근 애널리스트에게서 받을 수 있는 정보가 더 줄어든 경향이 있다”며 “‘업황이 어떤지’ ‘경쟁사 상황은 어떤지’ 등을 직접 물어보면서 회사의 전체 흐름을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수익률은 24.59%로 투자자문사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펀드매니저들의 투자 스타일도 변하고 있다. 실적이나 호재와 관련된 미공개정보를 기반으로 과감히 ‘베팅’하는 펀드매니저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 자리를 차지한 것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낮은 종목을 발굴해 일정 수익을 내면 차익을 실현하는 치마형 매니저다.

미공개정보 유출에 대한 제재가 엄격해지기 이전엔 시장에 알려지지 않은 정보를 갖고 타이밍만 맞으면 고평가 종목도 과감히 살 수 있었다. 2014~2015년 주가수익비율(PER)이 수십 배에 달하던 바이오·제약주에 투자금이 끊임없이 몰린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최근엔 이 같은 투자 행태가 어려워졌다는 후문이다. 한 팀장급 펀드매니저는 “안정적인 투자 스타일로 큰 손실을 보지 않는 치마형 매니저들이 지난해 중소형주 폭락장에서 진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지난해 공모펀드 평균 수익률 11.94%로 자산운용업계 1위를 차지한 유경PSG자산운용을 ‘치마형 운용’의 대표 사례로 꼽는다. 이 회사는 매매회전율을 낮추고 기업의 실적 대비 주가가 낮은 중형 가치주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방식으로 성공을 거뒀다.

펀드매니저 사이에선 상황별 대응 시나리오를 잘 써야 투자를 잘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회사의 펀더멘털(기초체력) 분석·예측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돈의 흐름(수급)에 따른 주가 변동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전경대 맥쿼리투신운용 주식운용팀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이 결정될 경우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이 어떻게 달라질지, 투자 취소 등의 조치는 없을지 상황에 따른 대응을 잘 해야 한다”며 “아이디어가 많은 펀드매니저가 좋은 성과를 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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